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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후쿠 친구

2014. 9. 20. 01:06




신카이는 몰랐다.

14 년 지기가 자신과는 다른 성적 취향을 지니고 있었을 줄은.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나이를 헛 먹은 게 아닌지 그럭저럭 어른의 이해심으로 커버할 수 있었다. 그래, 여리여리한 남자만 남자를 좋아한다는 건 편견이지. 주이치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. 다만 12년을 비밀로 지켜왔을 정도로 자신에게 하는 이 고백이 엄청난 용기를 수반하고 있었음을 알기에 그를 배려해주고 싶었다. 할 말이 있다며 간만에 만난 술자리에서 굳은 얼굴로 고백을 토로한 주이치는, 신카이가 미소를 지은 후에야 표정을 풀었다.


둘 의 사이는 여전히 절친한 친구였다. 소소한 변화가 있다면 자주는 아니지만 주이치가 신카이에게 연애상담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. 주이치의 연애담은 한마디로, 살신성인이었다. 강한 인상과 다르게 귀여운 면모가 있었던 주이치였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. 신카이는 그의 연애상당을 들어줄 때마다 제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. 내 친구가 몇 년 동안 이렇게 호구짓을 해왔다니. 한번은 '사랑에 미쳐서 해 본 행동'를 주제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었다. 대로변에서 무릎을 꿇은 것부터 애인의 빚을 갚아준다고 몇 천이 되는 돈을 고대로 날린 것까지. 말주변이 좋은 편이 아닌 주이치는 말솜씨가 좋은 '선수'들을 만나면 금방 넘어가곤 했다. 분명 그런 주이치의 성격을 파악하고 부러 접근한 놈들도 있을 터였다. 신카이는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전보다 주이치에게 자주 연락을 했다. 자신의 답지 않은 간섭에도 주이치는 딱히 불편한 기색을 보이진 않았다.


주이치. 요즘 만나는 사람은 괜찮아? 음. 걱정없다. 나중에 시간되면 같이 술이라도 할래? 네 애인도 같이. 물어보고 연락할게.


상대는 제법 괜찮았다.

주이치의 애인이라는 남자는 제법 괜찮은 성격에, 나쁘지 않은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. 키는 주이치보단 작았다. 그 날 술값도 애인이라는 남자가 전부 냈다. 주이치에게도 잘 해 주었다. 주이치의 친구인 제게도 친절했고 매너가 있었다. 겉으로는 신카이 역시 친절한 미소를 짓긴 했지만, 이상하게 평소와 달리 가슴 뒷켠은 싸했다. 객관적으로 볼 때 나쁘진 않은 상대였지만 묘하게 신경에 거슬렸다. 마지막까지 웃으며 악수를 했다. 짙은 밤 조용한 거리에서 자신을 배웅하고 뒤를 돌아본 두 사람은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에서보다 가까이 붙은 채 걸어갔다. 주이치의 어깨에 닿아 있는 손이 신경쓰였다. 주이치는 뒤 돌아보지 않았다.



신카이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고 노력했다. 상대가 나름 괜찮아보이니 자신이 더이상 간섭을 할 필요는 없었다. 묘하게 신경쓰이는 건 혹시 상대가 나쁜 놈일지도 몰라서일까? 왜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은가. 좋은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불길한 사람. 그리고 꼭 그런 사람은 어두운 속내가 있기 마련. 신카이는 자신이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건가하고 머리를 감쌌다. 


잡생각이 들었다. 주이치가 남자역할일까? 여자역할일까? 남자들은 어떻게 관계하지? 두 사람이 하는 걸 상상해봤다. 미쳤나봐.


그 다음에 두 사람을 본 것은 우연이었다. 정확히는 반만. 신카이가 주이치를 찾아간 것은 맞지만 집에 사람이 있지 않아 돌아가려고 오피스텔을 나오던 참이었다. 두 사람은 집 놔두고 경비실 뒷 편의 커다란 나무 뒤에 있었다. 신카이가 그들을 보기 위해 살짝 뒷걸음질을 한 발짝 걸었을 때 둘은 키스를 시작했다. 주이치는 키스를 할 때도 목석 같았고 리드라는 사람은 그의 애인이었다. 아.

주이치의 저런 표정은 처음 본다.

며칠이 지나도 주이치의 그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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